이것으로 3일에 걸쳐 밤잠을 쪼개 올렸던 워싱턴 여행기도 마지막. 아싸~ ...는 아니고, 오르세 미술관과 에펠탑 이후 1년반동안 정체되있던 프랑스 파리, 최초의 북유럽 여행이었던 스웨덴 스톡홀름 등등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갈길이 멀다. -_-
암튼 오늘은 2박3일간의 나홀로 워싱턴 여행기의 마지막날. 오늘의 일정은 국립 자연사 박물관, 홀로코스트 박물관, 에드가 후버 FBI 빌딩, 그리고 오후 4시 버스시간에 맞춰서 뉴욕으로 귀환.
아침에 호텔을 나서려는 참에 마침 프론트에서 National Mall 쪽으로 가는 방법을 묻는 멕시코 가족을 만났다. 40정도 된 아주머니, 10살 내외의 누나와 남동생이었는데. 영어 잘한다. -0- 암튼 길 가르쳐주고 지하철 표 사는 법 등등 가르쳐주면서 National Mall 까지 함께 왔다가 헤어졌다.
참고로.. 워싱턴 DC는 지하철 표 판매 방식이 좀 독특하다. 어딜 가든 2달러 Flat-rate인 뉴욕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거리에 비례해서 티켓값이 센트 단위로 바뀐다. 그리고.. 승객이 적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더 비싸다. 그리고 티켓 벤딩 머신의 User Interface가 그다지 직관적이지 못했던 관계로 나도 처음에 표 한장 사려고 삽질 좀 했던 기억이 있다.
자연사 박물관의 모습이다. National Mall 에서 가장 규모가 큰 두 박물관 중의 하나였는데, 컨텐츠는 맨하탄에서 방문했던 자연사 박물관의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신선함은 떨어졌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 근방에선 항공우주박물관이 미국만이 가능한 독창적인 컨텐츠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 다만 문제는 그곳의 주요 컨텐츠가 남자들에게만 어필하는 곳이라는-_- 다소간의 Geek스러움을 가지지 않았다면 새턴5 로켓 1단부의 직경 3미터짜리 로켓노즐이나 크레이-1 슈퍼컴퓨터를 보고 감동을 느끼기란 쉽지 않을지도 ;;
맨하탄의 자연사박물관에 비해 규모는 1/2~1/3 정도로 작았다. 맨하탄의 경우 총 5층인가 그랬고 중생대관에 도달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는데, 이 박물관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티라노사우르스 해골이 반갑게(-_-;) 맞이하고 있다.
수중에서 살던 공룡들도 한켠에. 근데 그러고보니 이들도 공룡인만큼 폐호흡을 할텐데. 고래와 유사한 원리인가. 폐호흡을 하면서 굳이 수중에 살도록(남도록?) 진화한 이유는 무엇인지..
한켠에는 FossiLab이라는 것이 있는데, 화석을 발굴해서 가공하고 복원하는 과정들을 데몬스트레이션 해주는 곳이었다. 이것도 시간제였나 그랬는데.. 버스 시간의 압박으로 그냥 스킵.
중생대관 자체도 맨하탄의 자연사박물관 보다 소규모였다. 두개 전시관을 지나고 나니 어느덧 신생대. 매머드 화석. 그러고보니 The Day After Tomorrow 영화를 보면 주요 무대가 맨하탄이고 주인공들이 자연사박물관에서 매머드의 화석을 구경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
박물관 컨셉은 엄연히 Natural History Museum인데, 워싱턴도 그렇고 맨하탄도 그렇고 Human History 컨텐츠가 항상 전시되있다. 우리나라의 청자와 백자. 이곳까지 오게 된 내력이 궁금하다.
지금부터는 박제들 러쉬 ;; 이것은 아마도 멸종위기에 있는 바다표범이 아닐까 싶군.
하마. 아따 고놈 밥한번 잘먹게 생겼다. -0-
이것은 오랑우탄인가? 근데 왼쪽 하단에 얼핏 보이는 "...Your Closest Relatives"는 무얼 말하고자 하는 의도였던게지 =.=
이 녀석은 수염고래의 골격인데...
알고보니 우리나라 해안에서 잡아온 것이더군 -0-
뱀 형님들도 계시고.
워싱턴 자연사박물관의 개성이라면 바로 광물(Mineral) 전시관이었다. 물론 흔히 '보석(gem)'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광물들도 포함된다. 이 사진속의 목걸이와 머리장식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두번째 아내(조세핀 말고)에게 주었던 선물이라지.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사를 가진 보석들이 이 박물관에 많이 전시되있는데.. 값으로도 따지기 힘든 엄청난 물건들일텐데 다들 어떻게 왔을까.
무려 423캐럿의 일명 "Logan Sapphire". 대략 주먹만하다. -_- from 쓰리랑카. 그러고보니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누구에게 주었다는 사파이어도 있었다.
얘들도 다들 거창한 이름 하나씩 붙어있는 유서깊은 보석들인듯. "Star of Asia Sapphire", "Maharani Cat's Eye" 등등.
이번엔 168캐럿짜리 다이아몬드. 1931년에 까르띠에(Cartier)가 디자인한 것이라지.
누군가 돈이 튀는 사람이 다이아몬드로 알파벳을 조각했나보다. =.= 중간에 "C"가 재미있군. 천하의 다이아몬드도 결국은 "C"인것을. =.=
금. 금. 금.
자연사박물관을 나와서 약 2km를 걸어 찾은 곳은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 기록이 잠들어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시간대별로 일정수의 그룹을 입장시키는 시스템이었고, 전시장 안의 사진촬영이 금지되있었다.
실내는 마치 감옥의 벽면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디자인되어있었다. 오른편에 시커먼 아치를 지나면 감옥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우중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시관으로 향하게 된다. 이곳은 미국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태인 계층의 로비와 재력으로 세워지게 되었다는데.. 역시 돈과 영향력이 있으면 버젓이 남의 나라 땅에 (예를 들면) 종군위안부 박물관 같은것도 세워질 수 있는거다.
전형적인 워싱턴 DC의 지하철 입구 모습. 시멘트색 일색의 실내 인테리어와 마찬가지로 입구도 이렇다. 허름한 뉴욕 지하철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저분한 포스터나 광고전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 뉴욕 지하철 처럼 지하철역에서 지린내-_-같은 것도 안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지하철에 탔을때가 훨씬 마음은 편하더라. ;;
National Mall 등과는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한 FBI 빌딩. 근데.. 정작 볼건 아무것도 없었다! ㅜ.ㅜ
어느덧 시간이 흘러흘러 뉴욕으로 돌아갈 시간. 맨하탄에 거의 다와서 뉴저지-맨하탄을 연결하는 홀랜드 터널이 밀리는 바람에 맨하탄 일대에서만 거의 한시간쯤 버스안에 갇혀있던 기억이 난다.
워낙에 박물관을 좋아하는 탓에 거의 여행기간의 절반은 박물관에 짱박혀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뉴욕의 웬만한 박물관은 다 섭렵했던거 같다.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자연사, 인트레피드, 쿠퍼-휴이트 등. 리노베이션 관계로 MoMA를 못갔군. 메트로폴리탄은 한 4번 갔나 -_- 대략 반경 2km 내에 국한되서 2박3일동안 빡세게 걷는 스타일의 여행은 미국치곤 꽤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러잖아도 서부와 동부는 분위기차이가 확연한데, 워싱턴은 아예 작정하고 계획한 도시라서 더욱 그러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