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D.C.] Day 1

아.. 안면도 출장의 후유증으로 피곤함의 압박이 상당한데.. 그래도 묻혀있던 여행사진 마저 올리기 프로젝트가 생각난김에. 이번에 올릴 주제는 2004년 8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3일간의 일정으로 훌쩍 홀로 다녀왔던 워싱턴 DC. 피곤함의 압박으로 오늘은 첫날치만 올리고. 일단 저질러놓으면 어정쩡한거 못보는 내 성격에 곧 완성되겠지 -0-

첫날 찍은 사진만 180장이 넘더라.
이중에 약 30장을 추려서 올리려는데.. 이것도 스크롤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겠다.

워싱턴은 뉴욕 맨해튼에서 남쪽으로 약 4~5시간 거리에 있다. 서울-부산 거리인듯.
맨해튼에서 워싱턴을 가는 대중교통은 비행기, 기차, 버스가 있는데, 비행기는 돈도 돈이거니와 공항을 왔다갔다하는 코스트가 있어서 일찌감치 탈락. 기차의 경우는 일반 기차(약 3시간반)가 대략 왕복 150불, 고속 열차(약 2시간반)가 대략 300불 정도였다. 그런데 버스는 4~5시간에 70불. 2주일 전에 예매하면 40불이 아닌가. -_- 고민의 여지가 없는 선택이었다.


오후 1시경.. 워싱턴의 그레이하운드 버스 터미널 도착.
근데.. 표에 인쇄된 버스의 출발 시각은 별로 의미있는게 아니었다. 그냥 그 근처 시간대에 아무 버스나 탈 수 있는 시스템이다. -0- 사람이 많으면 뒤로 밀리기도 하고. 대략 우리나라의 시외버스 같은 시스템이랄까. 승객들도 그다지 삶에 여유가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살만한 사람들은 장거리여행에 주로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다니는가보다.
이동네 장거리 버스에서 한가지 놀라운 것은, 운전 기사가 화장실도 안가고 4시간 이상을 논스톱 운전한다;; 버스에 화장실이 내장된 형태라 승객들은 달리는 버스에서 화장실을 갈 수 있지만, 서울-대전 2시간 구간에서도 휴게소에 들리곤 하는 우리나라 시스템에 비하면 정말 빡세다고밖에.

워싱턴 DC는 약 10km X 10km (마일인가, km인가. 가물가물;;) 크기의 마름모형 지역으로, 어느 주(州)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 행정 구역이다. 위치상으로는 미국의 북부와 남부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된다고 한다. 영화 "The Day After Tomorrow"를 보아도 빙하기를 경고하는 박사가 대략 워싱턴을 기준으로 지도상에 수평선을 그으면서 이 선의 이남지역 사람들을 모두 멕시코로 대피시켜라.. 라는 장면이 나오던가. 암튼, 남쪽이라 그런지 뉴욕보다 더웠다. 그리고 난 8월 한여름의 워싱턴을 2박3일동안 정말 징하게 걸어다녔다. ㅡ.ㅜ

철저하게 계획 도시로 설계된 워싱턴 DC의 중심부는 위와 같이 워싱턴 기념비를 중심으로 동쪽 끝에는 국회의사당, 북쪽 끝에는 백악관, 서쪽 끝에는 링컨 기념관, 남쪽 끝에는 제퍼슨 기념관이 들어서있다. 그리고 워싱턴 기념비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쭉 뻗은 길은 일명 National Mall 이라 불리우는 국립 박물관들의 거리다. 제법 기하학적인 구조로 뻗어있는 주요 길들의 이름에는 주(州)의 이름이 붙여져있는데, Pennsylvania Avenue, Massachusetts Avenue, 머 이런 식이다. 대략 저 지역의 한가운데쯤에 하나의 지하철역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을 도보로 커버해야 한다. -0-


워싱턴의 지하철역은 대부분 거의 똑같은 실내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위의 사진과 같이 그레이 톤의 시멘트(?) 타일이 붙어있는 아치형 구조인데, 가까이서 보면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다. ;;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에 의해 붐비는 뉴욕 지하철과는 달리, 워싱턴의 지하철은 상당히 한가롭고 중산층 미만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 같았다. (인종차별 의도는 아니지만) 흑인과 히스패닉이 압도적인 지하철에 타고 있노라면 나름 긴장된다. -0-


전철역에서 내려서 National Mall을 따라 열심히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있다. 약 1.5km 이상을 족히 걸은것 같은데.. 정작 도착해보니 당일 투어는 이미 마감된지 오래란다. 표는 매일 한정된 수를 선착순으로 나눠주는데, 대략 아침 이른 시간에 당일 표가 전부 나간다나. 한가지 기억나는 사실은, 유럽에서는 저런 양식의 건축물을 보통 대리석(marble)으로 짓는다던가. 근데 이동네는 대리석을 구할 수가 없어서 사암(sandstone)으로 지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14인치 노트북과 2박3일간의 짐 등이 들어있어 10kg은 족히 나가는 배낭과 함께 힘들여 걸어온 보람도 없이. ㅠ.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올 것을 다짐하며 국회의사당 앞의 인공 연못 앞에서 기념 사진.


국회의사당의 계단 위에서 National Mall 방향으로 바라본 사진. 멀리 워싱턴 기념탑이 보이고, 오른쪽의 둥그스름한 돔형 건물들은 아마 박물관들 중의 일부이거나 정부 부처 관계 건물일듯. 국회의사당이 쫑났으니 오늘의 일정은 일단 박물관. 워싱턴 DC에는 자연사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미술관, 각종 갤러리 등 많은 전시관들이 있고, 모두 공짜(!)다. 시간 관계상 가장 메이저인 항공우주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을 골랐는데.. 오늘은 우선 항공우주박물관이다.

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뉴욕의 어지간한 박물관/미술관들은 이미 다 구경해본 후였다. 하지만 어찌보면 워싱턴의 이 항공우주 박물관이 그중 가장 미국적인 박물관이 아닐까.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현대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 등과는 달리, 이곳은 대부분의 박물관 컨텐츠가 Genuine American이지 않은가. ;; 위의 사진은 아폴로 17호에 의해 1972년 회수된 월석의 일부라고. 직접 만져보라고 저렇게 오픈해놨다.


다른 한편에는 한때 냉전시대를 주름잡았던 대륙간 핵미사일의 파편이 전시되있었다. 1987년 미국과 구소련 사이에 체결된 대륙간 미사일 감축 조약으로, 88년부터 91년까지 약 2600기의 미사일이 폐기되었다는데, 위 파편은 그 중의 일부라고 한다. 왼쪽의 둥그런 파편이 미국의 퍼싱-2 미사일, 오른쪽이 소련의 SS-20 미사일의 일부라던데.


당시 소련측의 가장 강력한 등급의 미사일 중 하나였다는 SS-20 핵미사일.
미국에서는 이 미사일을 "SABER"라고 불렀다는데. 재미있군 -0-


고다드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사되었다는 세계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 어릴적 과학도감 같은데서 수도 없이 본 것 같다. ;;


처음으로 유인 달 착륙에 성공하고 귀환한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모듈. 전장 110미터가 넘는 새턴5 로켓에 실려서 3명의 비행사를 싣고 달로 출발했다가 지구까지 되돌아온 유일한 부분이다. 바다위에 착수한 실제 모듈을 전시해두고 있는데, 왼쪽의 거무스름하고 얼룩덜룩한 부분이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마찰열로 불타오르던 내열재 부분이다.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_- 전시물 중의 하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용하는지 방법에 대한 설명은 없었는데. 대충 구조를 보고 짐작되는 그 자세가 맞다면.. 우주에서는 참 볼일보기가 쀍스러울 것 같다. -_- (게다가 여성비행사의 경우는 해답이 도통 안나온다 ;;)


당시의 우주복 내부구조. 등 뒤에 지고 있었던 이따만한 배낭이.. 단순한 산소통이 아니라 에어컨, 히터, 온갖 펌프 등의 기기가 들어선, 대략 냉장고-_-와 유사한 느낌의 물건이었다. 옷의 무게만 100kg이 넘는다지.



동결건조된 우주식량이라는데. 물을 넣어서 불린 후에 쭉쭉 빨아먹는 시스템이라고. 어디까지나 1970년대의 식품인 것 같고, 요즘은 훨씬 인간적인 식단이 제공된다지.



한때 남극에서 발견된 화성의 운석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NASA가 정부 지원금 따내기 위해 일으킨 센세이션이라는 루머도 있었는데.. 암튼 바로 이놈이 그 문제의 파편이란다.



또다른 미국의 자존심(?)이랄까. 라이트 형제가 날았던 세계최초의 유인 엔진 비행기.


자존심 시리즈 계속된다. 이건 세계최초로 음속을 돌파했던 시험기 X-1 이랜다. 참고로 제트엔진이 아니라 로켓엔진을 썼다. ;;


이건 구 소련이 세계최초로 발사했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레플리카.



항공우주박물관에는 크게 두개의 상영관, 플라네타리움과 3D아이맥스 영화관이 있다. 여기는 플라네타리움의 내부인데, 약 60도 정도로 비스듬히 앉아서 반구형의 돔 스크린을 바라보는 구조. 수십개의 빔 프로젝터가 돔 스크린의 일정 영역을 비추는 것이 합쳐져서 하나의 영상이 나오는 시스템인데, 기술적으로는 상당히 신기했으나 정작 프리젠테이션의 컨텐츠는 별로 알맹이가 없었다. ;;;


이제 박물관에서 나와서 남은 오후시간은 바깥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박물관에서 링컨 기념관으로 가기 위해 워싱턴 기념비를 지나고 있다. 저 워싱턴 기념비도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관람이 가능한데, 역시 아침일찍 티켓은 동이 났단다.


링컨 기념관을 가는 길에 만난 2차대전 추모 시설. 가운데의 분수를 중심으로 저쪽 편에 보이는 아치에는 Atlantic이라 쓰여있었고,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반대편의 아치에는 Pacific이라고 쓰여있었다. 대략 유럽전선과 태평양전선에서의 전몰자를 기리는 컨셉인듯.


이게 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시설물인데. 푸른색 기둥의 아랫부분에는 American Army, American Navy, Army Air Forces 등등, 2차대전 당시에 존재했던 군대들이 적혀있었고, 아래의 돌 기둥에는 Americans came to liberate, not to conquer. 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흠. 생각들 해보삼.



워싱턴기념비에서 링컨기념관 까지 가는 길은 일명 Reflecting Pool이라 불리우는 인공 연못이 있다. 수심은.. 한뼘 정도? -_- 암튼 무지 얕다. 물고기가 산다거나 하는건 아니고, 그냥 완전한 인공 시설물이다. 하지만.. 바람이 잠잠해지면 수면에 비치는 좌우 풍경이 꽤 멋지긴 하더라.


여기가 링컨기념관인데. 5달러 짜리 지폐 뒷면에서 볼 수있는 바로 그 시설물이다. 링컨이라면 남북전쟁당시가 재임기간이었으니 1860년대 초반인데. 그래서 그런지 기념관도 상당히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실내에 들어가보면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누구나 사진으로는 여러번 봤을 법한 링컨 동상(?) 앞에서. 벽 위에 새겨진 내용은 대략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다 뭐 이런 내용. 워싱턴 곳곳에 위치한 대통령 기념관들에는 그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글귀 같은 것들을 여기저기 새겨놓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대통령 기념관을 세우면 누구의 기념관이 세워지게 되려나.


링컨 기념관 위에서 내려다본 Reflecting Pool 및 워싱턴 기념비.


링컨 기념관에서 제퍼슨 기념관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있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지역.


미국이 참전한 주요 전쟁들에 대해 일일이 참전용사 기념지역이 조성되어있었다. 다른데선 몰라도 여기 한국전 기념지역에서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더라.


벽면에 새겨진 한국전 관련 일러스트.


사망자수: 미군 5만4천여명, UN군 6십2만8천여명, 등등.

UN군으로 참전한 국가들의 이름들. 참고로 뉴욕의 U.N. 본부를 관람했다가 조사하게 된 정보에 의하면, 한국전쟁이 UN 설립 이래 최초이자 유일하게 UN군이 파병된 전쟁이라지. 여기서의 UN군은 요즘도 심심찮게 파견되는 평화유지군, 즉 PKO와는 다른, 훨씬 적극적인 무력행사 방법이다.



링컨 기념관에서 제퍼슨 기념관으로 가려면 둥그스름한 호수를 빙 돌아서 가야한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제퍼슨 기념관이라는데.



근데 이런 제길. 호수가 너무 크삼! ㅜ.ㅜ
이때 이미 10km 이상을 족히 걸었을 시간인데. 10kg이 넘는 배낭 무게에 어깨는 지끈거리고 다리는 아프고 ㅠ.ㅠ 그나마 지도를 연구해서 거리를 최소한으로 세이브할 수 있는 최적의 동선을 라우팅해서 따라가는 중이었다.


이곳은 제퍼슨 기념관으로 가는 도중에 발견한 루즈벨트 기념관. 다른 대통령 기념관들과는 달리 야외에 오픈된 형태의 기념관이었다. 이 동상 보다는 주변에 조성된 기하학적 구조물들이 더 인상적이더라.


제퍼슨 기념관의 내부. 여기저기 벽면에 새겨진 글귀의 주요 내용은, 독립선언 관련 내용, 신에 관한 내용, 그리고 후대의 지도자와 시민들이 초심을 지키고 변하지 말라 하는 등의 내용.



워싱턴에서의 숙소는.. 백악관 등등에서 지하철로 3정거장 떨어진 Marriott Residence Inn.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콘도식 호텔이라고 할까. Priceline 호텔 역경매사이트에서 낙찰받은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쾌적했다. 제공되는 아침식사도 만족스러웠고, LAN도 공짜다! 다만 나홀로 여행이었기때문에 2인 정원의 퀸베드룸을 혼자 쓰느라 방값이 두배였지만-_-


숙소 내부.
참고로 워싱턴 중심가는 오후 5시가 지나면 백인들이 거의 없는 흑인들의 도시가 된다나 -_-
워싱턴을 처음 디자인했던 사람들은 이렇게 될 것을 알았을까 ;; 암튼, 백인들 또는 상류층 사람들은 교외에 살면서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중심가는 대략 슬럼지역이라 다소 위험하다고 Lonely Planet에 쓰여있었다. ;; 대략 밤 10시~12시까지도 일부러 위험한 곳을 찾지만 않으면 재밌게 놀고 구경할 거리가 많은 맨하탄과는 무척 대조적인 분위기.
그래서 나도 해지기전에 부랴부랴 숙소로 돌아왔다. -_- 일찍 온 나머지 할일이 없어서.. 방안에 짐을 풀고는 근처의 Liquor Shop을 찾아 Riesling 와인 한병을 사들고 혼자 홀짝거렸던 기억이 ;;


숙소 내부에 딸려있는 부엌.
요리를 꽤나 즐기는 나였지만, 워싱턴 여행중에는 완벽하게 구비된 주방 시설 중에 유일하게 전자렌지만을 활용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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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ber

2006/02/15 03:11 2006/02/1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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