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마라톤. 42.195km

오랜 침묵-_-을 깨고 근 넉달만에 업데이트입니다..
그 동안 人倫之大事(^^)를 준비하느라 블로그를 이뻐해주지 못했네요. ㅎㅎ

그동안 미처 블로그에 올리지 못한 많은 자잘한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대략 유통기한이 지난 관계로 대부분 스킵하지만, 지난 10월 29일에 있었던 춘천 마라톤 후기는 빼놓을 수 없겠네요.

3시간 57분 33초.. 그 피말리던 레이스를 완주하고 드디어 골인의 순간 ㅠㅠ

네. 결국 완주해버렸습니다. ㅠ.ㅠ
이로써 저도 마라톤에 공식 입문 했네요.

그동안은 항상 "건강" 마라톤, "단축" 마라톤, "하프" 마라톤 등의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제 저도 "그냥" 마라톤 한다고 얘기할 수는 있게 됐습니다. ㅎㅎ

2005년 9월부터 제대로 달리기를 해보고자 시작했고.. 2006년 4월에 처음으로 21km 하프마라톤을 뛰어본 후 대략 반년.. 달리기 입문 부터 풀코스 완주까지 1년이라는 일반적인 progress를 따라온 셈입니다. 왠지 석달이나 지난 지금인데도 새삼 감회가 새롭네요 ;; 그동안 투자된 시간, 에너지, 옷값, 신발값, 병원비-_-, 각종 보조식품비-_- 등이 스쳐가는군요.



어쨌거나.. 10월 29일로 돌아가서..
(여기서부턴 다시 제 블로그의 전통대로 높임말은 생략합니다. -_-)




집을 나선 시각이 5시인가 6시인가 그랬다.
충분한 휴식과 식이조절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전날 저녁 약속으로 인도요리 배불리(--) 먹고, 또 긴장 때문인지 잠도 자는둥 마는둥.. 그러나 이날의 가장 큰 난관은 바로 볼일^(-o-)^. -_-;;;;

전날 저녁, 출발 전 새벽, 아무리 용을 써도 대체 협조가 안되는 그 난감한 시츄에이션이란..ㅠㅠ
춘천 도착해서 찾은 어느 주유소의 해우소에서 쪼그리고 앉아 양 다리가 완전히 마비될때까지 약 30분-_-에 걸친 지극 정성에 하늘이 도우셨는지.. 결국엔 무사히 임무 완수. 덕분에 단 한칸밖에 없는 그곳에서 30분간이나 길게 줄서계셨던 십여명의 달리미 분들께 거듭 사죄의 말씀을 (-_-)(_-_);;

잠시 이야기의 소재가 좀 거시기했다만 ;;
이쯤에서 사진 나가니 사진 보시고 거시기한 얘기는 얼른 잊어버리시길 ^^;;
(역시 이미지 갤러리로 RSS 리더에선 안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에서처럼, 이번 마라톤은 첫째가 완주요 둘째는 4시간이었다. 32km를 2시간 55분에 뛰었으니 42km는 4시간 정도면 해볼 만 하겠다는 계산.

4시간 페이스 메이커 분께 찰싹 따라 붙어서 착실하게 달렸다.
초반 10km 정도는 오밀조밀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기. 우리 출발 그룹은 K 그룹으로 출발 시각이 늦은 편이었지만, 목표 기록이 4시간이다보니 앞서 출발한 그룹 중에서 4시간 초과의 목표기록을 갖는 그룹들을 많이 앞질러야 하는 상황. 참가자가 워낙 많다보니 단체 구보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 제치고 나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더라는..

풀코스는 처음이다보니 파워젤-_-을 무려 8개를 장전하고 달리기에 나섰다. 허리춤에 4개, 양 손에 하나씩, 그리고 뒷주머니에 2개. 출발 직전, 같은 그룹의 달리미 분들은 "파워젤 회사에서 홍보 나오셨어요?" 그러더라는 ;;;

대략 10km 까지의 구간에서 나란히 달렸던 한분 생각이 나는데..
유난스런 내 파워젤 키트를 보고 웃으시길래
"풀코스가 처음이라 걱정됩니다" 그랬더니,
"저도 처음입니다" 하시더라는..
그래서 나름 반가워서 "오옷 그러세요?" 그랬는데,
"네. 60km 울트라마라톤만 나가봤고, 풀코스는 처음입니다."
ㅡ.ㅡ;;;;


출발한지 대략 1시간 25분경, 중대한 문제가 발생!
우리 그룹을 리드하시던 페이스메이커 분께서 용무가 급하셨는지, 별안간 주로 옆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로 들어가버리신. ;;;
페이스메이커를 잃어버리고 나니 멋대로 달리다가 뻗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 그래서 아마 수백미터 앞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J 그룹의 4시간 페이스메이커 풍선을 찾아 달렸다. 대략 20분 정도 밟았을까.. 20km 부근의 지점에서 다행히도 J 그룹의 4시간 목표 대열에 합류하는데 성공.

무난히 달리는건 대략 27~8km 정도까지.. 3시간이 좀 못된 이때쯤부터 몸 여기저기서 "웬만하면 그만 걷지? -_-" 하는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아... 드디어 시작이다. ㅠㅠ"

전반부의 1km 당 페이스가 5분 30초 전후였는데. 30km를 지난 지금, 어느덧 6분대를 넘나들고 있었다. 물론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방울토마토, 길거리 샤워 등의 지원 사격도 빵빵해졌지만.. 양 다리와 발바닥이 처음엔 아프고 저리더니만 막 오그라들라 그러다가 지금은 이게 무슨 감각인지 분간도 안된다. 그저 "걷고싶다 걷고싶다 걷고싶다" 생각만 가득했다.

대략 34km 지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15km 지점에서 신내림을 받아 홀연히 화장실로 사라지셨던 K 그룹 페이스메이커분께서 내 옆을 앞질러 칙칙폭폭 유유히 본래의 페이스로 복귀하셨다. 후반부에 내 페이스가 떨어졌던 것도 한몫 했겠지만. -_- 암튼 이 신선한 충격에 젖먹던 힘의 새로운 발견이 가능했고, 이 페이스메이커분과의 거리를 넓히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걷고싶다는 욕망과의 사투 속에 어느덧 40km 지점. 춘천 시내다. 대회 관계로 곳곳이 도로 통제인 가운데, 쌍춘년의 가을인지라 결혼식이 많은지 유독 한복 차림의 손님들이 거리에 많이 눈에 띄었다. 날씨도 화창했거니와 결혼식에 완벽했던 일요일이었거늘, 마라톤 대회로 인한 도로 통제에 좀 많이 난감하셨을듯. 그나저나 지금 죽을똥 살똥 정신이 아득하거늘 이런 생각도 다 했다니 -_-

자, 앞으로 2km. 1.9km.. 1.8km.. 자유의 그 순간을 카운트 다운하던 마지막 10분. 페이스메이커 풍선은 대략 100m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래, 이정도면 선방이야 ㅠㅠ 골인 지점인 춘천 종합운동장이 멀리 보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거리 응원 환호 소리.

(자, 이쯤에서 골인 순간의 사진 몇장 나갑니다.)


결국, 골인 ㅠㅠ

완주 기록: 3시간 57분 33초.
전체 순위:  3698 / 11713
25~29 연령대 순위: 51 / 332

4시간 안에 골인하겠다고 님께 호언장담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중간에 걸어버리고 말았을듯 ;;

골인 직후, 갑자기 종아리에 사정없이 쥐가 나서 그대로 바닥에 발랑 자빠져서는 고래고래 울부짖었다. -_- 역시.. 욱신욱신으로 끝나던 하프나 32km 정도와는 달리 풀코스는 마무리도 화끈했다.

메달 수령하고.. 기념 사진 찍고.. 춘천 닭갈비도 배불리 먹고, 의외로 오후 시간은 무난했었다만. 이날 저녁부터 전신에 퍼진 신경 말단에서 통증을 호소하더니만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는건 완전 중환자 모드였다는 ;;

어쨌거나, 결론은 완주.
가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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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ber

2007/01/11 02:16 2007/01/1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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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nny 2007/01/12 05:57 # M/D Reply Permalink

    오옷 마라톤 완주라니 대단해요.
    핏발선 이마 사진이 최고입니다 ㅜㅜ
    인륜지대사 축하드리고 참석 못해서 아쉽...
    완소 엔씨랩 멤버들도 보고 싶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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