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정리되면 써야지 써야지 하고 미루다가.. 별 진전 없이 그냥 휘갈기련다. -0-
우선 아이튠즈뮤직스토어(ITMS)와 관련해서 한 구절 인용.
그(스티브 잡스)는 합리적인 선택안이 주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거라고 믿었다. "음악을 훔치는 일은 기술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품행의 문제다.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직하고 기꺼이 정당한 대가를 치를 거라고 믿고 있다."비단 ITMS 뿐만 아니라, 이제 창작물을 배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micro-payment 시스템(및 정책)은 거의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 그들의 논리는 대략 이런 것 같다. - 사람은 본디 선(善)한 행동을 하려는 본성이 있다. MP3를 비롯해서 창작물을 훔치는(즉, 불법적으로 복제, 다운로드 하는) 행위는 분명 선하지 못한 행위다. ITMS를 비롯한 micro-payment의 본질은, 그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법과 양심의 저촉을 받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즐길 수 있도록 "편리한" 시스템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불법복제 등에 비해 그 과정이 훨씬 편리하면서 비용이 합리적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순순히 그것을 택할 것이다.
내가 아는 분도 이런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본질적으로 남을 돕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믿는다. 내가 남을 돕는 다는 행위는 그 순간 내가 그 사람 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모종의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남을 도울 수 있고 최종적인 만족감도 극대화해줄 수 있는 장치,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가 보다 편리하게 '기부'를 할 수 있고 또한 내가 행한 기부가 가져온 가슴뿌듯한 결과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장치. 이런 수단이 존재한다면 기부 문화가 널리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이다.나는 개인적으로 위의 두가지 예에서 볼 수 있는 논리의 전개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적인 가정,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선하다. 남을 돕고자 한다. 등등. 이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무언가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게다. 교육, 환경, 문화 등과 같은 것들이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패턴의 형성을 전적으로 지배한다..고 그저 막연히-0- 생각할 뿐이다. 내가 후천적인 영향의 지배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보는 것은 바로 '감정', 그것도 아주 원초적인 영역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 내가 말하는 것은 '감정'이지 '감성'이 아니다. 왜 감성은 아니냐.. 이건 해커와 화가에서 발췌한 폴 그레이엄의 글로 대신한다.
좋은 디자인은 뛰어난 사람들 틈에서 나온다. 15세기 플로렌스 거주자들은 브루넬레스키, 기베르티, 도나텔로, 마사초, 필리포 리피, 프라 안젤리코, 베로키오,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그리고 미켈란젤로를 포함하고 있다. 당시 밀란은 플로렌스와 맞먹을 만큼 큰 도시였다. 하지만 밀란에 살던 예술가의 이름은 몇이나 꼽을 수 있을까?암튼, 다시 감정으로 돌아와서.
...(중략)...
지금 미국엔 15세기 밀란 인구의 1,000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고있다. 그리하여 1,000명의 레오나르도와 1,000명의 미켈란젤로가 우리와 함께 걸어다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DNA의 규칙에 따르자면 우리는 예술적 거장으로부터 일상적인 아침 인사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레오나르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 이외에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1450년의 플로렌스가 필요한 것이다.
'선'이라는 가치가 (내가 그나마 절대적이라고 공감하는) 원초적인 감정의 일부라고 보기엔 그것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가치가 아닐까 싶다. 음..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 가치이든 인위적 산물이든, 최소한 지금 동시대의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선을 추구하려 한다는 관찰이 충분히 신뢰할만한 전제라면. 그 가치의 생성 과정이야 어쨌든 간에 ITMS, 기부 시스템 등의 소프트웨어들은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가치 판단을 자극하고 전에는 소극적이었던 행동을 적극적인 영역으로 유도해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Creative Commons License도 내 라이센스를 고지할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내가 오픈한 라이센스의 결과로 발생한 건설적인 결과들을 보다 편리하고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면, CCL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sab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