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좋아요

내 취향을 아는 사람들은 내가 유독 "맨빵" 매니아라는 것을 알 것 같다.
맨빵을 좋아하는건 좀 변태적인 취향이라 쳐도, 맨빵이건 아니건 난 거의 밥 만큼이나 빵을 좋아하고, 간식으로든 식사 대신으로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특히나 속에 무언가가 들었거나 겉에 무언가가 얹어진 빵 보다는 그냥 "맨" 빵을 더 좋아한다.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훈련소에서 한달 내내 밥(!!)만 먹어서 그런지 요즘따라 빵이 땡기네.

먼저 베이글.

정석(?) 대로 크림치즈를 발라 먹어도 맛있고, 그냥 살짝 토스트해서 먹어도 맛있고, 계란이나 야채, 토마토, 모짜렐라 등으로 취향따라 샌드위치를 해먹어도 맛있다.
예전에는 베이글 먹을 줄 몰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무척 맛이 없는 빵으로 알고 있던 적이 있었다. 근데 IBM에 있던 동안, 아침이면 회사 식당에 온갖 종류의 베이글이 쌓여있고, 사람들은 그 베이글 하나를 집어 전용 단두대(-_-)로 반을 가른 다음에 살짝 토스트를 한 후 크림치즈나 쨈 따위를 발라 먹는걸 관찰했다. 오홍 베이글은 저렇게 먹는 빵인가보다. 먹어봤다. 맛있다. -_- 젠장, 그냥 맛있는게 아니라, 커피랑 너무 잘 어울린다. ㅡ.ㅜ 내가 또 커피 좀 좋아하지. 커피한잔에 곁들이는 살짝 구운 베이글, 아침 식사로 딱!

작년 한창 다이어트 할때 표준 점심식사가 베이글 0.5개-_-이었고, 다이어트의 성공과 더불어 베이글 1개, 얼마후 크림치즈까지 발전할 수 있던 기억도 난다.

베이글의 종류는 마치 김치 만큼이나 많다. 블루베리, 양파, 참깨, 마늘, 계란, 통밀, 보리, 쵸코칩, 기타 등등. 하지만 역시 플레인 베이글이 싫증도 안나고 언제 먹어도 맛있다.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사진.. 출처는 cyworld.com/watts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사진.. 출처는 cyworld.com/watts

다음은 카이저 롤.

프랑스의 하드롤과 맛이나 식감은 거의 유사한, 독일식 빵이랜다. (카이저는 독일어로 황제 아닌가? 왕관 모양으로 생겨서 그런가 ;; 갑자기 은하영웅전설의 "지크 카이저~!", 그리고 동맹군 버전 "뒈져라 카이저!" 가 생각난다. -_-)

참깨가 뿌려진 놈들이 많지만, 민둥민둥한 놈들도 가끔 있다. 역시 IBM 시절에 접했는데, 가끔은 점심식사를 그냥 오직 이 빵 한두 덩어리 만으로 해치우기도 했다. 그만큼 아무것도 없이 그냥 뜯어먹어도 맛있다.

게다가 카이저롤은 햄버거나 샌드위치에 아주 잘 어울린다. 크기도 적당하고. 패스트푸드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햄버거집에선 그냥 말랑말랑한 햄버거빵(양놈들이 hamburger bun 이라고 부르는..)으로 햄버거를 만든다. 하지만 표면이 약간 딱딱한 롤을 이용해서 만드는 햄버거가 훨씬 맛있다.



IBM 카페테리아의 그릴 코너에선 항상 이런저런 종류의 햄버거를 즉석에서 구워서 만들어줬는데, 여러 종류의 롤 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카이저 롤, 없으면 비슷하게 생긴 딱딱한 다른 롤. 빵만 바꿨을 뿐인데 뭔가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란.

아직 국내에서 딱딱한 롤을 이용해서 버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덴 못찾은듯. 좀 유명한 크라제 버거도 빵은 그냥 햄버거 번이더라.






바게뜨를 빼놓을 수 없지. 장을 보다가 베이커리 코너를 지나가면 가끔 바게뜨를 통째로 산다. 중요한건, 절대로 슬라이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 -_- 손으로 직접 뜯고 찢어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쫄깃한 껍질, 말랑한 속살(;;)

바게뜨는 오직 밀가루, 물, 그리고 소금 만으로 만든다고 한다. 버터 등의 고칼로리 재료가 안들어간다는 말. 그때문인지 칼로리 부담이 없다는 생각에 가끔 한가한 밤이면 운동을 마치고 차가운 맥주와 통짜 바게뜨를 뜯곤 하는데, 덩치는 큼직한게 무심코 뜯다보면 앉은자리에서 다 먹어버리기 십상이다.

마늘 버터를 발라서 구운 바게뜨도 맛있다. 단, 마늘 버터가 잘 녹아있는 fresh한 상태로,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그 때가 제일 맛있다.


바게뜨의 동생뻘쯤 되는 하드롤. 사진이 좀 안맛있어보이게 나왔는데, 구글에서 찾은 마땅한 사진이 이거 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 나라에선 하드롤 자체가 희귀하니. 대전에선 유일하게 롯데백화점 지하의 포숑 베이커리에서 소량의 하드롤을 판다.

바게뜨와는 달리 Quantization-_-이 착해서 부담이 덜한 빵. 바게뜨에 비해 껍질의 비율이 높아서 쫄깃함을 즐기기에 좋은 빵. 쭉쭉 찢어서 버터를 얹어도 맛있고 크림치즈를 얹어도 맛있고 쨈을 얹어도 맛있고, 크기가 아담하니 토마토와 모짜렐라를 끼우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훌륭한 카프레제 샌드위치가 될 수도 있다. 그냥 맨 하드롤은 역시 커피와 잘 어울린다.




드디어 펌질 끝, 직찍 시작. -_-V

최근에 뚜레주르에서 발견한 이래 심취하고 있는 통밀빵. (사진 좌측) 오른쪽은 뚜레주르 식빵 라인업 중에서 내가 가장 높은 별점을 주는 프리미엄 식빵. 통밀빵은 쌀로 치면 '도정' 과정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표백을 안해서 그런지, 약간 누리끼리한 자연의 색이 그대로 살아있다.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편안하다. 단, 빵 위에 뿌려진 밀가루의 양이 과한 경우가 좀 있는데, 이러면 입안에 밀가루가 남아서 좀 텁텁하다.

프리미엄 식빵은 보통의 우유 식빵 보다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촉촉하긴 하지만 쉽게 떡지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보통 두칸으로 만들기에 적당한 덩어리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네칸으로 만들어놓았기에, 찢어먹기도 좋다. 배추김치 손으로 찢어먹듯, 빵도 길쭉길쭉하게 쭈욱쭈욱 찢어진다.
아, 당연히 쭉쭉 찢어먹는 즐거움을 맛보려면 덩어리 식빵이어야 하는데, 식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서 찾아가면 아직 슬라이스 하지 않은, 속이 따뜻한 덩어리 식빵을 살 수 있다.

통밀빵 2000원, 프리미엄 식빵 2300원.

(추가) 뚜레주르 홈피에서 보리빵을 찾았다. 생긴 것이 너무나 표준디자인에 충실한 "빵"이다. 크크. 다음엔 이놈을 한덩어리 업어와봐야겠다.





그리고,

갓 구워서 따끈따끈. 아 조낸 맛있어..-_-

갓 구워서 따끈따끈. 아 조낸 맛있어..-_-

최근에 맛본 단연 별다섯개, 최고의 빵. 일 치프리아니 빵.
무엇보다 "갓" 구었고, "잘" 구었다는 느낌이 먼저 눈으로, 그리고 향기로, 한덩이 집어들면 손끝에 느껴지는 온기로, 그리고 찢어서 입안에 넣었을때 한입 가득히 전달된다. 이 레스토랑은 오픈 키친이라 조리 하는 모습이 잘 보이는데, 한켠에 세워진 흙으로 만든 화덕이 특히 인상깊었다. 화덕 옆에선 직접 빵 반죽을 하고 있었는데, 이 화덕에서 구워내서 따뜻한 채로 테이블에 서빙해주는듯.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쫄깃한 이탈리아빵이고 안에는 간간히 해바라기씨 비슷한 애들이 박혀있다. 반죽에 색깔나는 재료를 섞기도 하는 모양인데, 당근인지 토마토인지 모르지만 빵의 속살이 불그레한 녀석도 있었고, 나중에 리필 받은 빵은 오징어 먹물을 섞었는지 몰라도 거무스름한 흑인종 빵이었다. 열심히 빵만 먹다보면 혀끝의 감각이 둔해지는데, 그럴땐 옆에 곁들여진 시큼하게 절인 야채 한점으로 입을 씻고 계속 먹으면 된다. (마치 생선초밥과 초생강의 관계가 연상되는데 -_-)
어쨌거나 그냥 막 뜯어먹어도 너무 맛있고, 옆에 있는 올리브오일+발사믹식초에 살짝 담가먹어도 맛있다. 그리고 빵은 아니지만, 빵과 함께 나오는 구운 통마늘이 아주 일품이라는. >.<




별사탕 첨가 -_-

별사탕 첨가 -_-

아, 그리고 덤으로.. 잊을 수 없는 빵 하나가 더있다.

바로, 건빵 -_- 행군이나 종각 같이 좀 굵직한 훈련이 있으면 나오곤 했던 군용 건빵.. 내무실에서 누가 하나 짱박아둔 건빵 뜯으면 사방에서 인간들이 건빵 한조각 먹으려고 몰려들던.. 이 군용 건빵은 오직 밀가루, 쇼트닝, 백설탕 만을 사용한 순수 정통파 건빵이다. 마트에서 팔곤 하는 현미가 들어간 건빵이랄지, 올리고당 따위를 사용한 건빵이랄지, 이런 사제 변종들은 오리지널의 그 맛이 안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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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ber

2006/08/07 03:30 2006/08/0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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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us 2006/08/07 13:16 # M/D Reply Permalink

    T.T 건빵은 역시 군용이 쵝오 ㅋㅋㅋ

  2. granite 2006/08/08 00:28 # M/D Reply Permalink

    일 치프리아니 라하면 읍내에 있는 존내 비싼 음식점 아니삼? 이제 보니 황군 돈 존내 많구나 덜덜덜...

    1. saber 2006/08/08 20:16 # M/D Permalink

      평소에 덕을 좀 쌓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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