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에 대하여

참고자료 1: [한겨레 21] 자연수명의 20분의 1, 돼지의 한평생
참고자료 2: [동물 자유 연대] 도축장의 비인도적인 관행

위 자료에 이어지는 이야기...


 
[위의 두번째 링크에서 퍼가기 소스가 공개된 동영상]


나는 개인적으로 소 돼지 닭을 가리지 않는 육식 매니아다만,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기업화, 대규모화, 상업화 되어버린 육류 생산 프로세스는 최소 투자 대비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그 속성상, 인도주의에 대한 바램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식탁에서, 또는 회식자리에서, 미디엄레어가 어떻네 마블링이 어떻네 육즙이 어떻네 하며 신나게 즐기곤 하는 소, 돼지, 닭은 아마도 태어나서 변변히 바깥세상 구경 한번 못한채 축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뒤 도축장으로 옮겨져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가장 상품성이 높은 소위 "연한 육질"을 갖는, 사람으로 치면 '유아기'에 강제적으로 생을 마감당한다. 허영만 화백의 유명한 작품 "식객"에서도 다수의 에피소드에 걸쳐 소/돼지 도축장의 그 끔찍함에 간접적으로나마 소개되어있다.

문제는 동물에 대한 인도주의 이슈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적으로 대규모 사육되는 가축들의 배설물과 각종 분비물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전지구 스케일의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킨다.

비위생적이고 가혹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축들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항생제 사용량도 높아지고, 이는 결국 먹이사슬을 따라 인체에 축적된다. 항생제뿐 아니라, 막대한 규모의 육식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육식성) 사료를 먹고 자란 소와 광우병 사이의 연관관계도 심히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더불어, 전세계 평균에서 보면 아직 사치스러운 식문화에 속하는게 육식이다. 선진국 국민들의 이러한 사치스러운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막대한 잠재적 농경지가 식용작물 대신 가축용 목초 및 사육 시설로 전용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한 절대적 식량 생산 감소분은 전지구 평균적인 기근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기근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터) 최근에 읽은 W. 워런와거의 "인류의 미래사"에 의하면 단위 질량의 육류와 같은 양의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한 토지 면적비는 5:1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가지 방향이 가능할 것 같다.

첫째는, 기업형 대량 사육이라는 모델을 자연 생태계의 그것에 가깝게 대폭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60억을 넘고 있는 인구는 지구라는 행성이 자연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을 일찌감치 넘어선 상태인데, 가뜩이나 농작물 대비 생산효율성이 떨어지는 육류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경제적으로 불가능해보인다.

둘째는, 인류의 육식에 대한 입맛을 바꾸는 것이다. 농경시대 이전부터, 아니, 인류의 탄생 및 진화와 함께 해온 육식이라는 문화가 바뀐다는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첫번째 방향 이상으로 비현실적인 이상론 같으나, 인류가 언젠가 육식을 포기할 것이라는 희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인류의 미래사"에서도 인류가 사상적으로 계몽됨에 따라 21세기 중반의 육식 수요는 지금 보다 현저히 낮아지고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유명 TV 시리즈인 StarTrek의 최신작, Enterprise 시리즈 (비록 역대 시리즈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에서도 "(22세기의) 인류는 스스로 개화되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짐승의 고기를 먹는군요"라는 외계인의 평가가 인용된다. (원문: "You humans, claim to be enlightened, yet you're still consuming flesh of animals", from ENT 1x01) 아직 직접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우리 연구실에는 미국에서 방문중인 학생이 한명 있다. 베지테리안이다.
2년전인가, 내가 베지테리안을 결심한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고, 그의 대답은 환경보호와 인도주의적 신념에서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식용 가축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실태에 대해서 그다지 들은 바가 없었고, 더구나 육식과 환경 보호의 관계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이런 나의 이어지는 질문에 그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기업적 가축 대량 사육과 그 부작용들에 대해서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당시의 내 기억에 의하면, "한국에선 미국과 달리 그런 일이 일반적이지 않으니 안심하고 고기를 먹어도 되지 않겠느냐"라는 철없는 농담으로 대화를 마무리지었던 것 같은데, 이제 보니 한국도 별반 자랑할 사정이 못된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aber

2007/04/12 00:21 2007/04/12 00:21
, , , ,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saberang.net/tc/rss/response/414

Trackback URL : http://saberang.net/tc/trackback/414

Comments List

  1. 2007/04/12 03:46 # M/D Reply Permalink

    그렇다 하더라도 육식자체가 비난 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대량사육으로 인한 환경문제나 비위생적인 문제야 규제와 가격을 통해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고.

    성원이가 붉은 고기를 안먹는 건 이유야 그렇듯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신장이 안 좋아서니까 ^^

    그나저나 그럼 앞으로 고기 안먹는거? >_<

    1. saber 2007/04/13 13:56 # M/D Permalink

      규제와 가격 조정을 생각해보긴 했지만, 그렇게 되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경제적 계층이 너무 국한되겠더라구요. 수요와 공급을 따라가려는 시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거 같거니와.. 동물 보호를 위해 소수 갑부들만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느니 차라리 다 안먹고 말자는 생각이 -_-

  2. poosuk 2007/04/12 11:03 # M/D Reply Permalink

    아래에 나오는 고기제품 쇼핑몰 광고들.. ;; 컨텐츠의 뉘앙스도 분석해서 광고 쏴주면 좋겠건만.

    고기 좋아하지만 이런 내용을 보니 맘이 아프네. 무언가 효율성을 위한 '대량생산'에는 측정하기 어려운 것들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는 듯. 안 먹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 같고..

    환경단체나 동물보호단체를 지원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3. minuano 2007/04/13 13:50 # M/D Reply Permalink

    광고로 뜨는

    양고기의 명가 KGV호주
    호주정부와 합작투자로 설립, 양고기, 양갈비살, 양다리살 등 모든제품 판매.
    www.bodyplan... 제주푸드 제주먹거리브랜드
    제주축산 전문기업, 우수 품질 한라산 도야지, 돼지, 말, 타조, 축산물 쇼핑몰.
    www.jejufood... 옥션 고기
    돼지갈비, 양념육세트, 삼겹살, 육포, 돼지껍데기, 당신이 찾는 모든 스타일, 옥션.
    www.auction.c..

    이라니... 너무 아이러닉하군 -_-;
    근데 난 그냥 고기 먹을래;;

    1. saber 2007/04/13 13:58 # M/D Permalink

      키워드 추출 기반일테니까. naive 하게 구현한다면, 아마도 저쪽에 pre-defined 키워드 테이블이 있을것이고, 본문 상에서 발견되는 키워드들의 occurrence와 광고 비용에 따른 키워드 weight 등을 이용해서 적절한 주제의 광고를 뽑아내지 싶은데. 암튼 쌩뚱맞군 ;;

Leav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29 : 30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 351 : Next »

블로그 이미지

- saber

Archives

Calendar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423631
Today:
131
Yesterday:
166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