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기술

Google SIG의 한박사님 글, "뛰어난 것은 단순하다" 에 이어서.
나는 그래서 태깅이라는 기술이 의도와 효과는 좋으나 방법 자체에 대해서는 캐즘을 넘을지 확신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기름만 넣으면 되었는데 이제는 정기적으로 충전도 해야한다면 하이브리드카가 성공했을까?
명심하자. 정말로 뛰어난 기술은 단순해 보이며 심지어 사용자에겐 보이지조차 않는다.

다들 익히 알고 있겠지만.. Mark Weiser가 1991년에 썼던 유명한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The most profound technologies are those that disappear.They weave themselves into the fabric of everyday life until they are indistinguishable from it.

재미있지 않나?
한박사님의 글은 "신기술의 도입에서 캐즘을 극복하는 단계"를, 그리고 Mark Weiser의 글은 "기술이 극도로 성숙한 단계"를 말한 것인데. 결국 기술의 진화에서 처음과 끝에 대해 같은 속성을 언급하고 있다. 얼핏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데. 내 생각으론, Mark Weiser의 글은 비교적 오랜 세월에 걸친 진리에 가까운 것인 반면, 한박사님의 글은 최근 10년이내에 급격해진 정보와 기술이 폭주하는 사회의 트랜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제 노정석 대표님도 지적했듯이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또는 서비스를) 받아들이기에는 관성의 법칙이라는 장벽이 가로막기 마련인데, 앞으로의 사회가 지금과 같은 트랜드의 연장선상에서 진화한다면 이러한 관성 모멘트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성이 신기술을 전파하고자 하는 노력의 반작용에 해당함은 말할 나위도 없고.

요즘처럼 feed의 홍수, 미디어의 난무 속에서 개별 아이템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도는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나 또한 feed를읽을때 (저자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대다수의 글에 10초 미만의 시간을 할애한다. 끝까지 읽는 글은 몇%에 지나지 않으며,북마클릿을 등록하는 글은 그중 또 몇%, 기억에 남아서 다시 찾아보거나 생각하게 되는 글은 그중의 또 몇%, 이런 식이다.이러한 패턴이 UCC나 미디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술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셈이다.

다만 의문이 남는 점은.. Pain Killer에 해당하는 기술도 굳이 단순해 보여야 할까? 충분히 설득력있는 incentive가 돌아온다면 관성이라는 캐즘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일 것 같다. 물론 사람들마다 관성과 귀차니즘의 레벨, 호기심의 정도, 만족감의 소스 등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메인스트림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에반젤리스트가 있고 얼리아답터들이 있고 뭐 그런게 아니겠나. 암튼 이러한 컨텍스트에서 볼때, 하이브리드 카는 Pain Killer의 레벨에 도달하지는 못했던 것일까?

기술자와 경영자들에게 생존이 걸린 새로운 숙제가 부과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한민국의 땅은 얼리아답터 층이 상대적으로 두텁다는 것. 물론 얼리아답터들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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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ber

2006/03/01 20:57 2006/03/0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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